어려서부터 참 욕심이 없었습니다.
기억에도 없지만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연필 한 다스를 사주면, 그 중 10 자루는 남에게 줘버리는 아이.'
였으니까요.
썩 좋지않은 집안 형편에 새 옷 보다는 여기저기서 얻어 입는 옷이나
어머니 처녀시절 입으셨던 말 그대로 70년대 복고풍 의상이 대부분이었고,
고등학생 때 까지 그 흔한 보온밥통도 없이 어머니가 학생때 쓰시던 동그란 양철 도시락을
들고 다니고, 한 달 용돈 3천원에 지내는 참 가난한 시절을 보내면서도
단 한번도 내가 갖지 못한 부유한 것들에 대해 아쉽거나 욕심낸 적이 없었던 듯 합니다.
그런데 유독 욕심내고 욕심내고 욕심내는것이 단 하나. 인연이었습니다.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그냥
'사람'이 좋습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사람이라서' 라는 대답밖엔 할 수 없는 아주아주 궁색한 이유지만요.
내가 3일을 굶더라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난 한 끼를 대접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주저없이 그걸 선택할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이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고,
사랑하고 또 사랑받을 수 있다는게 세상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손해보고 주는 만큼 못 받더라도 이왕이면 사랑하며 살고자 합니다.
뭐, 어떤 시선으로 볼 때는 가식적이고 위선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난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살다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참 겁쟁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거절당하고 외면당하는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 무서워졌거든요.
그래서 안으로 밖으로, 참 아둥바둥 노력합니다.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대하면, 적어도 오해나 실망으로 인해 떠나보내진 않아도 되니까요.
내껀데, 놓치기 싫거든요. 욕심내고 욕심내서 체하더라도 소중한 인연들 잡고싶거든요.
물론 한 번 맺은 인연이라 하더라도 평생 움켜쥐고 살아갈 수 만은 없다는건 알아요.
내가 원해서 혹은 상대가 원해서 놓아 버렸던 인연들도 분명 있었으니까요.
상처를 주고 돌아서는 마음도,
상처를 입고 돌아서는 마음도,
시간이 흘러 흐려지는 마음도,
손 닿지않아 바라보기만 하는 마음도.
아쉽고 아쉽지만, 정말 너무나 안타깝지만, 언제나 곁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노력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의 소중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도 전하지 못할 때가 올 수도 있다는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요.
언제나 내 간절한 소원은..
그저 내 마음 그대로 당신들께 닿기를... 그리고 소중한 그대들이 행복하기를...
그렇네요.
아침부터 Nell 신곡을 듣다보니, 꽤나 감상적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마침 이번 앨범의 제목도
Separation Anxiety
잃어버린, 놓쳐버린 인연들이 너무나 아쉬운 오늘입니다.
글을 쓰는 내내 들었던,
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 기대만큼, 참 좋은 곡이에요.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오늘도 난 너의 흔적 안에 살았죠
아직도 너의 모습이 보여
아직도 너의 온기를 느껴
오늘도 난 너의 시간 안에 살았죠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 그래
어떤가요 그댄 당신도 나와 같나요 어떤가요 그댄
지금도 난 너를 느끼죠
이렇게 노랠 부르는 지금 이 순간도
난 그대가 보여
내일도 난 너를 보겠죠 내일도 난 너를 듣겠죠
내일도 모든게 오늘 하루와 같겠죠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저 의자위에도
물을 마시려 무심코 집어든 유리잔 안에도
나를 바라보기 위해 마주한 그 거울 속에도
귓가에 살며시 내려앉은 음악 속에도 니가 있어
어떻하죠 이젠 그대는 지웠을텐데 어떻하죠 이제 우린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날 찾아와
자꾸 눈시울이 붉어져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날 찾아와
자꾸만 가슴이 미어져